[문스독] 다자츄/단편

[다자츄] 여장츄가 보고 싶어서 쓴 사극

tritee 2022. 7. 20. 00:29

카프카 때문에 포타에 올라가는 것조차 못한 글 2

 

 

여장츄

츄야 생일 기념이었던 글

 

 

나카하라는 장옷을 푹 뒤집어 쓴 채 빠른 걸음으로 장터를 걸었다. 사람들 사이를 쏙쏙 빠져나가며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을 빨리하던 그는 힐끗 곁눈질로 뒤를 훔쳐보았다.

 

"시발..."

 

나카하라는 손으로 잡고 있던 장옷을 더욱 끌어당겨 머리를 가렸다. 일부러 여장을 한 채로 밖에 나온 건데 아무래도 소용없었던 듯 싶었다. 발걸음을 빨리 할수록 주변과 부딪히는 횟수도 늘었다. 하지만 다행히 나카하라가 입고 있는 옷은 상민들이 흔히 입을 수 있는 옷감이 아니었기에 사람들은 혹여나 성가신 일에 휩쓸릴까 욕도 내뱉지 못하고 조금 재수 없는 일이었다 치부하며 한걸음 물러설 뿐이었다. 

나카하라의 눈은 빠르게 빠질 수 있을 만한 골목길을 훑었다. 여기서 저 녀석을 떼어내지 못하면 그가 일시적으로 몸을 두고 있는 기생집엔 발걸음조차할 수 없었다. 입술을 잘근 씹으며 왼손으로 치마를 구겨잡는데 갑자기 누군가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판단할 틈도 없이, 속절없이 누군가에게 끌려간 나카하라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그 누군가의 품에 안겼다. 코 끝을 스치는, 장례를 지낼 때 나는 향의 냄새에 나카하라가 고개를 들려하자 그 이는 나카하라의 머리를 더욱 눌러 품에 얼굴을 파묻게 했다. 그리고 조용히 귀에 속삭이는 것이었다.

 

"가만히 있는 것이 좋을 거네."

 

색색 숨을 내쉬며 알지 못하는 이에게 얼굴을 파묻은 채 눈을 끔뻑이기를 한참, 우왕좌왕하는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멀어져갔다. 그와 동시에 나카하라의 머리를 누르고 있던 이의 손에서도 힘이 빠졌고 나카하라는 천천히 얼굴을 들어 다시 평소와 같아진 장터를 돌아봤다. 도와준 건가...? 자신의 뒤를 바짝 쫓아오던 이가 저멀리 사라지는 것을 보며 나카하라는 장옷을 움켜쥐었던 손에서 힘을 풀었다. 그리고 여인의 목소리를 가장하며 조용히 읊조리듯 말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리. 이 은혜는..."

 

나카하라의 시선이 장터에서 멀어져 도와준 이에게로 닿을 때쯤 위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의아함에 시선을 위로 올리자 착, 하는 소리와 함께 마주본 둘 사이에 부채가 펼쳐졌다. 그리고 슬그머니 눈만을 밖으로 내놓은 탓에 나카하라는 은인의 얼굴은 보지 못한 채 묘한 빛을 띠고 있는 갈빛의 눈만을 시야에 담을 수 있었다. 당혹스러운 심정을 감추지 못한 채 가만히 응시하는데 바라보고 있던 눈이 기분좋게 휘어졌다.

 

"... 다 알고 있으니, 그렇게 힘들게 말하지 않아도 되네."

 

그 말에 나카하라의 눈이 일순 뾰족해졌다. 하지만 곧 자신의 앞에 있는 이가 은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경계심은 다 가시지 않았지만 가시가 돋았던 눈이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 무엇을 말하시는 것이온지요, 경계를 해도 바로 본색을 드러내지는 않겠다는 듯이 나카하라는 곧장 시선을 내리깐 채 조곤조곤 물었다. 그러자 은인은 살랑 부채를 부쳐 보이더니 부채로 입가를 가린 채로 나카하라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자네가 사내라는 것 말이네. 그 소리에 나카하라는 예상 범위 내의 말을 들었음에도 화들짝 놀라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귀를 감싼 듯한 숨결을 닦아내듯 귀를 문지르며 앞에 있는 이가 은인이라는 것도 잊은 것처럼 쏘아보았다. 방금까지 나카하라의 은인이었던 이는 부채를 든 손의 반대 손으로 갓을 조정하며 나카하라에게 시선을 한 번 던졌다가 시선을 돌리며 픽 웃었다. 

 

"경계하지 말게. 도우면서 잡은 체격으로 알게 된 것일 뿐이네. 다른 이에게 밝히려는 생각도 없고, 의도치 않게 알게 되긴 했지만 그 이전의 도움 또한 그저 호의에서 나온 행동이었으니."

 

하지만 지금까지 불신(不信)을 기반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나카하라였기에 쉬이 경계는 허물어지지 않았다. 그런 모습에 은인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나카하라의 태도는 상관없다는 듯이 오히려 뻔뻔하게 나왔다. 

 

"뭐, 자네가 딱히 믿지 않아도 상관은 없네만. 도움을 준 이를 매정히 모르는 척하고 가버리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네."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나카하라가 입술을 잘근 물었다가 자포자기하는 식으로 본래의 목소리로 말했다.

 

"... 제게 뭘 원하시는 것이 있는지요, 나리."

"그 목소리가 본 목소리인가 보오? 가장한 목소리보다 그게 더 어울리네그려."

"제가 여쭌 것은 그게 아니..."

"하하, 날카롭기는. 칭찬은 칭찬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을."

"..."

"알겠네, 알겠어. 그저 길을 묻고 싶을 뿐이네. 이 주변에 유명한 야유원(冶遊園)이 있다고 들었네만."

 

나카하라의 눈가가 움찔했다. 유명한 야유원, 그곳은 나카하라 그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는 탓에 눈가를 움찔거린 것이 들키지는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야유원을 찾는다니, 주색잡기에 미쳐있는 놈이라면 모를리가 없는 장소였다. 그는 힐끔 은인의 옷감을 살폈다. 그리고 같이 지내는 기생들에게 배운 지식을 통해 저 옷감이 뺀질나게 드나드는 별볼일 없는 양반나리들보다 훨씬 값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한참은 높으신 듯한 분이 가 본 적도 없어보이는 기생집을 찾는다? 자신과 관련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나카하라는 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애써 무시하며 대답했다.

 

"... 여장을 하고 살아가는 상놈이 그에 대해 아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흐음, 그러한가? 은인은 낮은 비음을 내며 나카하라의 옷을 빤히 응시했다. 나카하라는 이미 드러난 얼굴임에도 어떻게든 가리려는 듯 장옷을 움켜잡았다. 은인은 더 묻지 않겠다는 듯 펴고 있던 부채를 접어 입을 톡톡 건드리다가 턱짓했다. 나카하라가 눈치만을 살피며 고개를 숙인 상태로 굳어있자 은인은 친절히 입을 열어 말했다. 

 

"모른다면 어쩔 수 없지, 그를 제외하면 원하는 것도 없으니 이만 가도 좋네."

 

나카하라는 미심쩍은 표정이었지만 가라는데 가지 않을 이유도 없어서 으레 아낙들이 하듯 오른손을 가슴께에 올린 채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장옷 아래로 치마를 펄럭이며 사람들 사이로 섞여들었다. 은인, 아니 이제 은인이라고 불릴 수 없는 사내는 그런 나카하라의 뒷모습을 응시하다가 허공에 말했다.

"쫓아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으니."

그러자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알 수 없는 이가 그 앞에 고개를 숙이곤 순식간에 사라졌다. 

 

 

* * * 

 

 

사람들 속에 섞인 나카하라는 누가 자신을 따라오지는 않는지 주시하면서 사람이 잘 알지 못하는 지름길로 움직였다. 혹여나라는 상황 때문에 한참을 돌아가던 그는 사람 무리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달라붙는 한 인영을 눈치채고 자신이 미행당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아이씨... 작게 욕짓거리를 내뱉은 그는 일부러 동선을 늘리며 다시 사람들 사이로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 완전히 따돌렸다싶을 때가 되어서야 제가 살고 있는 기생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카하라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다 진 술시(19시~21시) 경이었다. 해가 진 후면 더욱 활기넘치는 야유원이었기에 나카하라는 더욱 장옷을 눌러쓴 채 뒷문으로 향했다. 푸른 빛의 치마를 살짝 들어올려 끄는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조심히 움직이던 그는 뒷문쪽으로 누군가 다가오는 듯한 기색이 보이자 장옷으로 얼굴을 가리는 것도 잊은 채 무작정 움켜잡고 뒷문으로 달렸다. 그리고 바로 뒷문을 열고 들어가 가쁜 숨을 내쉬며 치마와 장옷을 움켜잡고 있던 손에서 힘을 뺐다. 스르륵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카하라의 옷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뒷문으로 다가온 한 기생이 숨을 몰아쉬고 있는 나카하라의 모습에 놀라 그에게로 달려왔다. 

 

"나간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니?"

 

나카하라는 눈을 깜빡이며 제게로 다가온, 한껏 치장한 기생을 바라보다가 겨우 고개를 저으며 옅게 웃었다. 그리고 기생을 그냥 지나치려고 했지만 오늘 하루종일 누군가에게 쫓긴 탓인지 휘청거리자 기생이 그런 그를 부축해왔다. 나카하라는 기생을 살짝 밀어내며 부축을 거절하려고 했지만 기생은 콧웃음을 치며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것이 거절은 무슨. 네 방이 어디였지? 행수님 방 가장 가까이였나?"

 

재잘재잘 그의 귀 옆에서 떠드는 기생의 호의는 그에게 있어서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일부러 이곳에서 행수를 제외하고는 연을 만들지 않으려고 한 거였는데.

 

츄야는 대장군 대리역 하지만 황태자에게 들킬 것을 우려한 대장군의 직책을 가진 이가 츄야를 죽이려 들자 도망생활 중 

다자이는 황태자, 전대 황제가 무능했던 탓에 왕권이 약하기 그지 없음 황제가 공석인데도 반대하는 대신들 탓에 황제가 아닌 황태자로서 존재하고 있음 하지만 실질적인 황제 우선 지금은 때를 기다리고 있음

다자이 기생집 찾아오고 어쩔 수 없이 나온 츄야 발견하고 기적에 적을 둔 이였냐며 웃는 그리고 이름 알려줌

 

"기적에 적을 둔 이였나."

 

이곳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는 상놈이라고 하더니, 그의 은인이었던 이는 웃곤 자신 앞에 내어진 잔에 손을 뻗었다. 거친 일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 없어보이는 유려한 손이 잔을 감싸쥐었다. 나카하라는 자신이 인사를 올려야 하는 것도 잊고 그 손짓에 시선을 빼앗긴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옆에 있던 행수가 치마 뒤로 나카하라의 허리를 찌르자 그제야 그는 정신을 차리고 인사를 올렸다. 잠깐의 시간차가 느껴졌을텐데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눈을 휜 채 이쪽을 바라보는 그를 보며 나카하라는 좀 질린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행수에게 다자이가 황태자라는 소리를 듣고 창백해지는 츄야 츄야 연회가 끝나자마자 바로 도망치려고 하는데 다자이가 그 앞에서 츄야 가만히 보고 있었음 그리고 도망치는 연유를 묻는 다자이 츄야 아무말도 안 하니까 그러면 자신이 알아보겠다며 가는 다자이 그리고 휙 뒤돌아보더니 도망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함 그리고 츄야를 놀리듯 매일 야유원에 출입하는 다자이 그리고 츄야를 부르지는 않지만 지나칠 때마다 시선을 한 번씩 주니 행수가 츄야 억지로 밀어넣겠지 츄야가 반항하지만 행수가 살려준 목숨값은 하라고 그래서 다자이의 방으로 들어가게 되는 츄야 그리고 다자이는 살살 츄야 꼬드길 듯 예쁘다느니 내가 힘만 있었어도 너를 황후로 들였을 거라느니 츄야 헛소리 하지 말라고 하지만 다자이가 하도 살갑게 구니 마음이 흔들림 그리고 갑자기 어느날부터 다자이가 안 왓으면 좋겠어 항상 눈에 보이는 이가 안 보이면 불안해진다고 했던가 그리고 대장군이 반역 일으켰단 소리가 들려왔으면 그리고 츄야 입술만 뜯으면서 시간이 지나감 그리고 다자이한테서 편지가 옴 언제 어디로 나오라는 얘기 그리고 다자이가 실종되었다는 소리 들렸으면

그리고 다자이 절벽에서 대장군 군대에 몰려있었으면 그리고 대장군에게 죽으려던 차에 어디선가 나타난 츄야가 그대로 대장군에게 달려들어 목 베어버렸으면 좋겠어 그리고 주섬주섬 다자이 일어나더니 거의 엎드려서 흐느끼고 있는 츄야에게 올 줄 알았다고 고맙다면서 실질적인 대장군 나카하라 츄야, 라고 부르며 대장군의 사생아지 않냐며 손 내밀었을 듯 그리고 츄야한테 자신의 밑으로 들어오라고 했으면 좋겠다 그러자 츄야가 꺼지라고 자신을 이곳으로 불렀던 건 이용하기 위함이 아니냐고 바락바락 소리지르자 다자이는 그냥 웃을 듯 츄야가 다자이 손 쳐내면서 가버리는데 다자이가 그 뒤에다가 그러면, 자신이 가장 위에 올라서는 그 날 너를 맞이하러 가겠다고 하겠지

그리고 츄야 생일날, 기생들이 축하를 해주고 다자이도 반역에서 살아남은 후 대신들의 지지를 얻어 황제로 책봉되었다는 소식이 들림 그리고... 소란스러워진 기생집 뭐야 하고 나가자 다자이가 황의를 입은 채 나무 아래에서 하늘 바라보고 있을 듯 츄야 멍하니 그 모습 보는데 그 기척을 눈치챈 다자이가 고개 돌리고는 츄야에게 활짝 웃으면서 들고 있던 들꽃 그 귀에 꽂아주면서 탄일을 축하하네, 츄야가 동공지진한 채로 다자이를 바라보는데 다자이가 슬 웃으면서 말하겠지 짐의 황후가 되어주겠나?